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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테마

산업의 불빛에서 사람의 온기로 금사동

밤낮 없이 돌아가던 공장의 엔진이 잦아드는 적막한 도시,
오래된 골목마다 스민 삶의 흔적과 이웃의 정이 다시 이곳을 가동한다.
산업의 불빛이 희미해진 자리에서 사람의 온기로 밝혀가는 금사동은 어떤 모습일까.

번영과 쇠락 그리고 부활의 신호탄

도심을 살짝 비껴가는 노선으로 도시의 낯선 일상과 만날 수 있는 부산도시철도 4호선. 그중에서도 미남역과 안평역, 4호선의 양 끝에서 출발해 가다 보면 중간쯤에서 마주하게 되는 곳이 있으니, 바로 금사역이다. 수십 년을 부산에서 살아온 이들에게조차 생소한 이름이기에 더욱 호기심을 자아낸다. 금사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주유소가 하나 보이고, 4차선 도로 건너에는 병원이 자리한다. 주변에는 고층 건물 하나 없이 한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다이내믹 부산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곳, 금사동의 첫인상은 고요함이다. 그러나 믿기 어렵게도, 이곳은 한때 부산 산업계의 심장이었다.

금사라는 지명은 수영강 상류를 이루는 물줄기 가운데 금천과 사천이 합쳐지며 유래했다. 동쪽으로는 여울진 수영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나지막한 윤산이 둥글게 퍼져있는 넉넉한 자연의 품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건 당연지사. 조용한 산자락은 활기찬 공단 지대로 변모해갔다. 1960년대부터 자연적으로 형성된 금사공단은 부산의 대표적인 공업단지로, 부산 산업화의 기틀을 다졌다. 특히 1970~80년대에는 의류, 섬유, 신발, 고무, 자동차 부품 산업이 번성하며 지역 경제의 핵심축으로 기능했다. 일터가 늘어나자 주거 시설과 음식점, 상점이 속속 들어섰고, 사람과 자본이 금사동으로 흘러들었다. 시장은 언제나 북적였고, 몰려드는 노동자들로 인해 방 한 칸 구하기조차 어려웠다. 사람 중심의 산업구조 속에서 금사동은 살아 있는 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 산업 구조가 노동 집약에서 기술 집약으로 바뀌면서, 국내 경공업은 빠르게 쇠퇴했다. 공장이 문을 닫자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거리의 활기도 점차 사라졌다. 공단의 쇠락은 곧 도시의 쇠락으로 이어졌다. 인구 유출과 슬럼화까지 겹치며 금사동은 침체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반세기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금사동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해야 했다. 떠나는 도시가 아닌, 머물고 싶은 도시로의 변화. 그것이 바로 금사동이 다시 사람의 온기를 품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이었다.

일상과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금사동의 과거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도시사업이 추진됐지만, 대부분은 계획 발표에 머무르고 말았다.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금사동은 계속해서 침잠의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금사동의 회복은 단순 경관이나 시설을 복원하는 일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었다. 산업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여전히 이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이었고, 쇠퇴한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선 사람에게 주목하는 일이 먼저였다. 금사동의 재생은 산업의 부활이 아닌, 일상과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만 했다.

이에 부산도시공사는 금정구와 함께 금사공단 일대를 중심으로 청년주택과 고령친화마을 조성을 포함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했다. ‘청춘과 정든마을, 부산 금사!’ 프로젝트는 노후 주거지의 기반 시설을 개선하는 동시에, 주민 대상의 도시재생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역량을 키우는 종합적인 사업이었다.

특히 좁고 뒤얽힌 골목이 많은 금사동은 생활 편의가 떨어지고 주민 간의 소통이 단절되기 쉬웠다. 마을의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선 기본적인 환경 정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지는 교류 역시 필요했다. 이를 위해 주거복지 및 삶의 질 개선, 공동체 회복 및 사회통합, 일자리창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주민 제안 공모사업을 추진했다. 주민들과 함께 안전한 보행 환경과 주민 쉼터, 일터 조성 등 물리적 환경 개선을 도모하고,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활력을 회복하는 데 힘썼다. 그리고 그 대단원에는 주민과 행정, 청년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 금사 어울림센터가 있었다.

다시 세우는 삶의 터전

금사어울림센터는 올해 2월 개소한 금사동의 복합거점 공간으로, 주거·행정·복지·문화를 아우르는 새로운 생활 중심지다. 행정복지센터, 원스톱기업지원센터, 하우징랩, 도서관, 카페 등 다양한 공공시설이 한곳에 모여 주민들에게 편리하고 풍요로운 일상생활을 제공한다. 또한 공공시설과 함께 설계된 행복주택에는 새로운 이웃들이 둥지를 틀고 기존 주민과 어우러지며,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는다.

센터 내부를 한 바퀴 돌다 보면 금사동의 일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2층 금사아이꿈마당에서는 아이들이 그림그리기에 한창이고, 주민자치회 프로그램실에서는 어르신들이 화선지 위에 붓글씨를 쓰고 있으며, 체력단련실에서는 청년들이 땀을 흘리며 운동한다. 1층 작은도서관에는 배움과 사색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고, 카페 마실에서는 휴식과 대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외부 계단을 오가는 발걸음 사이로 행복주택의 새로운 삶도 스며든다. 복닥거리는 이 모든 풍경 속, 어쩌면 이곳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금사동이 지향하는 가치이지 않을까. 우리, 여기, 함께 살아가고 있노라고.

여전히 금사동에는 노후 주택 비율이 높고 인구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오래된 풍경이 낡고 닳은 흔적이 아니라, 기억이 축적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바랜 간판과 옛 가게들은 과거의 시간을 더듬고, 골목마다 그려진 벽화와 마을 쉼터는 현재의 시간을 수놓는다.
이제 금사동은 금사공단 재개발, 복합문화공간 조성, 혁신 플랫폼 구축 등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의 기반에는 언제나 사람이 머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과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 이웃과 소통하는 도시로 나아가는 길.
부산도시철도 4호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때 산업의 불빛이 가득하던 그 길목에서 사람의 온기로 다시 피어나는 도시, 금사동을 만날 수 있다.
부산도시공사가 추진한 건립 사업

금정구 금사어울림센터

  • 2018년 국토부 공모에 선정된 금사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핵심사업
  • 행복주택 및 공공복합시설 조성·공급으로 청년, 신혼부부 등 서민의 주거부담을 경감하고 양질의 주거환경 제공
  • 지역주민을 위한 작은도서관, 카페, 돌봄센터 등 복합커뮤니티시설 공급
위치 금정구 금사동 388-4 일원
사업규모 연면적 8,196 ㎡ (지하 2층/지상 7층)
사업기간 2020년~2024년